저자/출판사/출판일 : 이순신 / 여해 / 노응석 옮김 / 2016년
'명량', '불멸의 이순신' 등 영화, 드라마, 위인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자주 접하다 보니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다. 12척의 배로 왜군 함대 133척을 격파한 그저 멋진 이순신 장군이 라는 것을.

난중일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첫 번째는 '날씨'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해상 전투 특성상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라 항상 날씨로 시작하고 기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이순신 장군은 나라를 걱정하는 만큼 어머니에 대하 걱정과 효가 대단한 효자였다. 적을 토벌하고 바쁜 와중에도 어머님의 생신에 술잔을 바치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 되고'달빛이 대낮 같아 어머님을 그리는 슬픔으로 울다가 밤이 깊도록 잠들지 못했다'는 것으로 보면 자나 깨나 어머님 생각뿐이었다. 가족과 같이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평온하게 잘 지내기를 원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심성이지만 우리는 가끔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이나 친한 친구에게 연락을 게을리하지 않았을지 생각하게끔 만든다.
세 번째는 겸양의 미덕과 약자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부하들을 잘대해주는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엄청난 공을 세웠음에도 '난중일기'에는 본인의 공적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제 임무를 다하지 않는 부하, 저 살고자 도망간 아군을 처형하고 이웃집 개에게 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곤장 80대를 형벌 내리는 등의 엄격한 처단을 하는 원칙주의자이지만 처벌했던 부하들에게 술을 권하며 위로해주고 가까이 부리던 종의 죽음에 슬퍼하는 등 영웅의 모습보다 부드럽고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엿볼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생소한 용어와 건조한 내용, 맥락을 알 수 없는 사건 들과 낯선 인물들로 쉽게 읽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저런 다양한 각도로 생각하며 읽으면 매우 흥미로웠고 기대하지도 않았건만 나에게 너무나 폭넓은 감상과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일기의 서두에 빠짐없이 등 장하는 '날씨'는 성공적인 작전수행을 위해서는 기상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순신 장군의 효성을 통해 나 또한 언제 어느 시점에 전쟁터에 나갈지도 모르는데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고 챙기는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평소 각박하게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한 통, 카톡 한 줄 보낼 여유도 내지 못했다는 것에 한 부모의 아들로서 반성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난중일기'라는 책을 통해 지난 과거 행동들에 반성하고 내 행동이 변화될 수 있도록 각오와 다짐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영웅이나 인간이나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 그 사람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영웅이 될 수도 있고 보통 인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그사람의 어떤 면을 보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다. '명량', '불멸의 이순신' 등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는 영웅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난중일기'를 통해서는 영웅의 이미지보다는 인간적인 그의 면모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명성과 공적 뒤에 가려진 그의 슬픔과 고뇌가 있는 인간적인 그를 기억하는 한 사람이 되어서 기쁘다.
원균의 모함에 백의종군을 하게 되는 순간에도, 왜구들이 위협하는 상황에도 늘 이순신 장군은 자나 깨나 나라 걱정뿐이었고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분해하고 가슴이 찢어진다고 하였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나도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아니다'에 가까운 물음표라고 말하고 싶다.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생략하거나 묵인한 적은 없었는지, 불만과 불평을 한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 보았다.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에 대한 잘못을 원칙적으로 엄격하게 처벌하였고 이는 마치 읍참마속을 연상케 했했다. 효성에 대한 자기반성이 떠올랐다. 이순신 장군의 효성은 적을 토벌하는 중에도 보였다. 가족과 혈연이 갖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고 부모님에게 효심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다.